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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13. 16:32 - 수아빠

건축설계 8년 차를 돌아보며.

군대를 2007년에 제대하고 2008년에 2학년으로 복학을 한 후, 총 5년간의 대학생활을 하던 중 2011년 11월 취직을 했다. 생각해보니 취업하기 직전 무렵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바로 "절대 건축 설계는 안 한다."였던 듯. 그 이유는 거의 매일 할 비생산적인 야근 활동과 반복될 작업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적은 급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형 건설사에 갈 능력도 없었으니, 이상과 현실에서 방황했겠지. 그런데, 그랬던 내가 지금 햇수로 8년째 건축 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다. 그때 나와 별로 안 친한 친구들이 보면 놀랄 노 자일듯.


건축 설계를 하기 가장 싫었던 이유중에서 큰 이유는 아마도 적은 급여였을 것이다. 한 학기에 4백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 10학기를 졸업한 대학생이,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주는 월급을 쉽게 인정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성남에서는 그래도 큰 규모인 설계사무소에 첫 입사 후 내 손에 쥐어졌던 "첫번째 월급"이 얼마였을까? 바로 "105만 원" 이었다. 이게 2002년 월드컵 하던 시절도 아닌 불과 8년 전의 일이다.

그렇다고 그 당시에 내 급여에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말이 그 급여에 만족했다는 것은 아니고, 그때의 나는 돈이 적고 많음이 불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내 삶을 내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되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26살 부모님의 도움으로 자취를 시작한 이후 27살 겨울이 되어서 드디어 나는 내 손으로 처음 월세를 내고, 핸드폰비를 내며 공과금을 냈다. 105만 원이라는 작은 돈이었지만 내 스스로의 삶을 내가 책임질 수 있게 된 부분에서는 꽤 행복했던 것 같다.  문제는 그 뒤로 9년째 나 혼자 산다 찍고 있...


간략하게 8년을 되돌아보면, 첫 회사에서 아파트 현상설계 2년을 한 후 퇴사. 사수였던 실장 형님 면허 대여 사무소에서 약 1년간 일반 설계를 하다가 사무실 휘청이면서 해산. 부랴부랴 이전 회사 전무님 소개로 경기 광주 설계사무소에 입사해서 주택 설계 위주로 1년. 그러다 그곳 실장과 트러블로 무턱대고 퇴사한 후, 외주로 한 교회 실시설계를 계기로 프리랜서 시작. 그렇게 약 2년간 일반 설계  에너지 절약 설계를 하고! 현재는 프리랜서는 접고, 김포의 좋은 건축사님 밑에서 2년째 다니고 있다. 싱글이기도 했고, 혼자 살기도 했으니까 온전히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면 되는 일이기에, 쉽게 이직할 수 있었던 점이 지금의 내가 있는 이유인 듯하다. 이쪽 업계에서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나는, 내가 처음 설계사무소에 입사했을 때 과장 이상의 직급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경외감.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했던 그 위치. 그곳에는 최소 같거나 아니면 그 위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건축 설계라는 이 일에 대해서 더 알고 많이 알고 싶다고 했던 그때의 마음도 아직은, "변함 없다"


건축을 아직 좋아하는 편이다. 학문적인 건축이 아닌, "일"로서의 건축을. 마흔 살 전에 건축사를 취득하고 사무소를 하겠다는 목표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점도 이 일을 아직 미워할 수 없는 이유겠다. 뭐 이제는 급여도 대기업에는 비할 바 못되지만, 비루했던 첫 급여에 곱하기를 세 번을 해도 남기에, 나 혼자 내 삶을 이끌기에 부족함은 없다. 끝으로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좋아하는 건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건지, 아직까지도 헷갈리긴 하고, 38살에 건축사를 따서 김포에서 로컬 사무소 소장이 되겠다는 소망도 언제 바뀔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이 일 "좋아한다"


끝으로 한가지만 더 말하자면 내가 차장이 되었다는 글을 

나도 내가 이렇게 길게 쓸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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